지난 5월.
스위스 여행중 라우터부르넨에서 충동적으로 감행한 자전거 라이딩.
장소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해 그 유명한 융프라우로 오르는 길 중간에 있는 라우터부르넨이라는 작은 마을.
이런 멋진 마을이다.
신기하게도 마을은 높다란 절벽이 양쪽에서 둘러 싼 가운데 숨어있다.
이 동화같은 마을에서 이미 2박 3일의 캠핑을 마치고 떠나려던 찰나,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아, 계획에 없던 자전거 라이딩을 결심한다.
자전거는 여기저기 대여소가 많았는데, 나는 내가 묵은 융프라우 캠핑장에서 대여했다. 반나절에 25 스위스 프랑. 약 3만원. 배낭을 맡기고 가볍게 출발한다.
이렇게!
다행히 날씨가 꽤 좋다. 이곳 날씨는 참 변덕스러워서 일기예보를 도통 믿을 수 없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욕하면 안된다. 정말 ㅋㅋ
5월이기에 들판엔 꽃 천지다.
내가 방문한 시기가 비수기라 나름 손해도 많지만 이런 장점들도 있다.
곳곳엔 좋은 날씨를 즐기는 관광객들.
리프트를 탄다.
내가 즐긴 이 라이딩의 핵심은 바로 리프트다.
산에서 자전거 타면 당연히 힘들다! 물론 올라갈때 힘든 만큼 내려올때 더욱 즐겁기 마련이지만,
시간없고 즉흥적이었던 나는 단물만 쪽쪽 빨기로 한다.
이곳의 훌륭한 인프라를 이용해 리프트타고 올라가서 신나게 내리막길만 타고 내려올 요량이다. 여기선 돈만 있으면 다 된다
나는 스위스패스 소지자였기에 리프트는 원래 공짜인데, 자전거도 싣고 탈 수 있다. 대신 탈때 마다 5프랑(약 6천원)을 더 내야 한다. (음.. 가격이 살짝 가물가물한데 아마 맞을거다)
짠!
리프트를 끌고 올라와 바로 이 자리에 선 순간 어찌나 감탄을 했는지!
바로 왼쪽은 절벽이고 사방으로는 융프라우 형제들이 나를 내려보며 감싸안는 절경이었다.
이곳을 이제부터 힘 하나 안들이고 씬나게 내려가는거다.
이 순간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동영상을 찍으며 쭉 내려가본다.
Tip : 위 장소는 라우터부르넨에서 김머발트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다시 라우터부르넨으로 내려가는길의 초입에서 만날 수 있다
…
…
어라…!!
한참 내려가다 멈춰서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녹화가 안되고 있다. -_-
중간부터 다시 촬영을 해보는데…
역시 너무 흔들려서 안되겠다.
그냥 어떤느낌인지 대충이나마 보길 바란다.
한 참을 내려가다 셀카도 찍어보고…
라우터 부르넨까지 다 내려와서 다시 꽃이 지천에 깔린 초원을 달려본다.
전방의 폭포가 이곳의 명물인 슈타우프바흐 폭포이다. (맞나?? 이곳엔 저런 크고 작은 폭포가 너무 많아서..)
폭포가 떨어지는 저 절벽의 높이는 과연 얼마일까? 답은 잠시 후에..
다시 또 산이다. 앞의 코스를 도는데 한 시간 좀 넘게 소요한거 같다.
이번엔 라우터부르넨에서 그뤼츠샬프(Grutschalp)로 리프트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뮈렌으로 이동하는 길인데, 말하자면 이 길은 아까 라우터부르넨에서 슈타우프바흐 폭포가 쏟아져 내리던 그 절벽 위이다.
전방의 계곡 밑에는 라우터부르넨 마을이 있다.
참 기막힌 지형이다.
현재 고도는 해발 1695m. 라우터부르넨이 790m 정도이니 리프트로 900m를 올라온거다.
아니 더 신기한건 아까 폭포가 떨어지던 절벽의 높이가 무려 900m 라는 거다. 사진으로 보면 실감이 안가지만 직접보면 정말 거대하다.
절벽위를 따라 낭떠러지 길과 나무 숲길을 내달린다.
뮈렌까지 가는길은 약간의 오르막을 동반한 대체적으로 평탄한 길이다.
스위스는 어딜가나 이렇게 팻말이 잘 되어 있다.
이곳은 정말 팻말의 나라다.
뮈렌을 찍고 다시 샛길로 빠져서 라우터부르넨으로 본격적인 다운힐을 시작.
900m 올라왔다고 이동네는 아직 덜녹은 눈이 군데군데 보인다. 아래의 꽃밭과는 대조적이다.
정말 신난다. 이런 절벽을 타고 쭉 내려가는 기분이란…
근데 그게 끝이 없이 이어질때는 정말…
아직도 저만치 밑에 라우터부르넨이 있다.
바로 맞은편 절벽위 마을은 벵겐이다. 저곳은 리프트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오른다. 마을들이 이렇게 위치해 있다니 거듭 신기하다.
무지무지무지 하게 길다란 길이다. 무려 자전거로 한 시간 이상 내려간거 같다.
초반 다운힐의 스릴감도 지쳐갈때쯤 라우터부르넨에 당도했다.
자전거 이야기를 빼먹었는데, 정비를 정말 잘 한건지 자전거가 새거인지 아님 둘 다인지 자전거 상태가 너무 좋다. 심지어 우리가 한강에서 빌리는 그런 싸구려 자전거도 절대 아니다. 정말 믿음직스럽게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자전거였다.
오히려 반납할때 내가 헌 자전거를 만든 기분이 들어 살짝 미안했다.
라우터부르넨에서의 자전거 라이딩은 이번 스위스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걸 첫번째 포스트로 올려본다.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지만, 평소 자전거를 잘 타는게 아니면 나 같은 다운힐은 다소 위험할 수도 있겠다.
여행을 다녀온지 무려 100 여일이 지나서 올리는 후기이다.
이제부터 하나씩 올려볼까 한다.
다 올릴때까지 지난번 히말라야처럼 1년이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여행후기를 조금 늦게 올리다보니 그때 그 당시의 감정들이 완전히 생생하지는 않다.
하지만 혹시 좀 더 객관적으로 기억할 수 있지도 않을까?
아니다.
어쩜 나는 힘든 기억은 다 가시고
좋은 기억들이 짙어질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건 아닐까..
귀한 사진과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사진 한장만 퍼갈께요….
문제시 메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