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인디아 사진 전시회 – 라 카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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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은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 그냥 책상 앞에만 앉아 쓰는 글은 한계가 있다.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느때 보다 공감하고 작가의 진심에 다가갈 수 있다.

박노해는 그런 시를 쓰는 작가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를 잘 이해하려면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걸 이해하고 나면 그가 부르짖는 절규가 내 가슴의 절규가 된다. 그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음을 알기에 설령 나와 생각이 달라도 귀 기울이게 된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경계 – 박노해

제작년 그의 전시회를 처음 갔을 때 이 시를 접했다. 그때엔 잠시 주목했다 잊어버린 시였는데 그가 살아온 삶의 배경을 알면 이 시가 전하는 힘이 다르다. 1980년대, 박노해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서 항상 싸워온 시인이었다. 하지만 반국가적인 활동이란 명목하에 결국 무기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7년여의 옥살이 끝에 석방되어 보상금이 주어지고 정계로의 진출을 제안 받지만 모두 거부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는 그의 똑같은 말이 그를 이해하고 나니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그 단단해진 시 한 구절이 오늘의 나를 더욱 호되게 친다. 그렇게 호되게 맞으면서 나는 그의 말을 더욱 깊게 새긴다.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 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 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 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겨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 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한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 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 박노해

 
박노해 디레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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