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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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
말그대로 저자가 여러시인들의 시들을 골라서 묶은 시집이다.
그 중에서도 시인 안도현님이 직접 맛깔난다 싶은 시들을 묶은 시집.

사실 평소에 시를 많이 읽지 않는 내가 시집을 산 이유는…
평소에 안도현님의 시중에 연탄 시리즈(?)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이런 시를 선물해준 분에게 감사의 뜻에서라도 시집 하나는 사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사봤다.

장편 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 상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시집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시.
이 짧은 시에서 왜 나는 먹먹해짐을 느꼈을까
시의 힘이었다. 상상하게 하는 힘.

저 장면이 어떠했을지 그려보고
저 소녀의 마음안에도 들어가보고
앞이야기는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고

그리고 한가지 더 충격적이었던거
이처럼 편안해 보이는 글이 시라는 거다.

그 어떤 수사도 함축성있는 단어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감동은 크게 전해져 온다
안도현님의 ‘좋은 시’에 대한 기준은 그러했다.

시의 맛을 느껴보려는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꽤 훌륭한 시선집이 아닐까 싶다.
일단 안도현님이 가지고 계신 ‘좋은 시’에 대한 기준이 훌륭하기도 하거니와
내용이 좀 아리까리한 시들도 시 하나하나 마다 그 시를 맛보는 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안그래도 좋은 시들이 이해하기 쉬워지니 나같이 문학에 문외한 사람도 쉽게 시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게다가 시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좋은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을거 같다.
사실 시와 사진은 많은 상상력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닮아있었다.

참 놀랍다. 교과서로 읽던 시는 그렇게 싫었는데.. 내가 시를 찾아 읽고 감탄할줄이야 ㅋㅋ
여기서 느낄 수 있다. 주입식은 얼마나 의미 없는지.
스스로 동기를 가지고 찾아야 그 어떤 좋은것도 내것이 될 수 있는거 같다.

아, 나도 시인이 되어보고 싶다고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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