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호수 위쪽의 산맥을 통과하는 긴 터널이 완공되었다.
이 공사를 담당했던 책임 엔지니어는 많은 터널들이 으레 그렇듯이
터널의 조명이 꺼질때를 대비해 입구 한참 전에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세웠다.
경고 : 터널입니다. 전조등을 켜세요.
이것으로서 아무문제 없이 터널은 완성되었고 개통되었다.
그런데 터널 동쪽 끝 지점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호수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세계에서 경관이 가장 멋진 전망 휴게소가 있었다.
매일 관광객 수백명이 그곳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들 중 매일 열 명 이상이 경치를 즐긴후 차로 돌아 갔을때,
전조등을 계속 켜 놓아서 자동차 배터리가 나가벼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변 프랑스 경찰관들 대부분은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일을 돕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관광객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친구들에게 절대 스위스에 놀러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누구의 문제인가?
1. 운전자
2. 승객
3. 책임 엔지니어
4. 프랑스 경찰관
5. 스위스 주지사
6. 자동차 동호회들
7. 정답없음
8. 7번까지 정답 없음
사람들은 보통 이런 종류의 문제를 엔지니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운전자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엔지니어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따라서 책임 엔지니어는 이것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안을 생각했다.
1.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전조등을 끄세요’ 라는 표지판을 놓을 수도 있지만 그경우에는 밤에도 끄게된다.
2. 상황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버려? 사실 이미 터진 일이고 공무원들도 이미 내가 엉성하게 일했다고 판단한 상황이니…
3. 전망대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한다. 그러나 유지비가 많이 들 것이고 ,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욱 분노할 것이다.
4. 개인사업자에게 배터리 충전소 운영권을 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전망대가 상업화 되버린다.
5. 터널 끝에다 좀 더 명확한 설명이 담긴 표지판을 설치한다.
엔지니어는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생각해내었다.
낮인데 전조등이 켜져 있으면 전조등을 끄시오.
밤인데 전조등이 꺼져 있으면 전조등을 켜시오.
낮이고 전조등이 꺼져 있으면 그냥 놔두시오.
밤이고 전조등이 켜져 있으면 그냥 놔두시오.
그러나 그 표지판을 읽고 난 후에는 차는 이미 가드레일을 넘어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을 것이다.
엔지니어는 다시 생각했다.
이 모든 복잡함을 고민하는 대신, “그것은 그들의 문제다” 라고 정의하는 접근 방식을 택했다.
엔지니어는 운전자들에게 문제를 풀려는 강한동기가 있다고 가정하고 경고판에는 약간의 팁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필요한 안내문구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전조등이 켜져있습니까? (Are your lights on?)”
– 본문 중 –
문제해결에 관한 사고를 길러주는 책.
국내에서는 모르겠지만
원서로는 나름 유명한 책인거 같아서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책에서 말하는 많은 지침들이 실제 문제에 닥쳤을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지만
막상 내게 문제가 닥쳤을때 그것을 알맞게 적용하기란 숙련되지 않고선 매우 힘들것 같았다.
따라서 단지 이 책을 읽는다고 문제해결능력이 쉽사리 나아진다고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책 자체가 위의 이야기와 같은 많은 재미있는 사례들을 기반으로 설명 하고 있었고
때로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꺼리를 주기도 한다.
덕분에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위의 사례에서
5번의 해결책을 읽었을때는
이게 무슨 프로그래밍의 if else 문도 아니고 하는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마지막 해결책을 본 순간 “아하”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결국 문제해결은 당사자에게 맏기면 된다는 역발상의 통찰이 꽤 다가왔다.
(Are your lights on? 은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책이 실용적일지는 알 수 없지만
분량이 적은 편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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