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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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 플리마켓을 마감 직전에 부랴부랴 찾아간다. 꽤 괜찮은 물건들이 많아서 더 일찍오지 못한게 아쉽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익숙한 얼굴 한 명을 마주한다. 예전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동화책 작가라고 소개하셨던 그 분은 직접 그리신 예쁜 엽서도 팔고 초상화도 그려주고 계셨다. 지난번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셨을 때 그 일에서 본인이 얼마나 의미를 찾고 있고 또 거기에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하고 있는지 들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초상화가 그려지기를 기다린다. 그 분은 내 얼굴을 흘끗 흘끗 보면서 그림을 그려나가신다. 누군가가 초상화를 그려주는 경험이 처음이었던 나는 눈을 마주하기가 부끄럽다. 아니 초상화가 그려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행위가 사실은 부끄럽다.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누르고 눈을 마주친다. 대체 눈을 마주친다는 행동은 어째서 이렇게 마음을 초조하게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문득 48시간 영화제에서 태훈님이 피켓을 들고 길거리의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시도하던 기억이 난다.
그림이 완성되고 나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며 초조해하던 내 마음은 한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다. 눈을 맞춤이 가진 어떤 힘이 나를 사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