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선호자

채식주의와 같이 무엇무엇’주의’ 라는 것은 일종의 신념이다. 채식주의의 경우 자신은 채식의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고 따라서 육류를 멀리하고 채식을 식단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신념에는 그에 대한 순결이 종종 따라오는데, 말하자면 고기를 한 점이라도 입에 넣으면 그 채식주의의 순결이 깨지니 나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한 신념을 가진 채식주의자일 수록 그 신념의 순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헌데 이는 ‘주의’라는 단어의 왜곡이다. 우리가 무엇무엇’주의’ 라고 말을 할때는 그것을 ‘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것’만’을 한다고 뜻하지는 않는다. 채식주의에 단 한점의 고기도 허락하지 않는 비건 부터 어류를 섭취하는 페스코까지 다양한 단계가 있는 것을 보아도 이것은 일종의 방향성이지 어떤 정답이 정해진 순결의 지향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신념은 종종 많은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신념들을 가지고 사는 세상이고 이런 다른 신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충돌은 불가피 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만을 내세운다면 그 신념은 무엇을 위한 신념인 것일까. 이는 여러 종교들의 일신론적 폭력성과 닮아있다.

자신이 채식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기로 했다면 그 신념에 대해 먼저 공감하고 스스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단 한점의 고기도 허락하지 않는 순결이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따금 이것을 혼동한채 폭력적인 말과 행동도 서슴치 않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채식주의자라는 표현보다는 채식선호자라는 표현을 쓰는게 더 적절할 지도 모르겠다.

혹시 누군가 자신이 가진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신념의 뿌리가 자신의 욕구, 그리고 자신의 신념은 소중하며 지켜져야 한다는 자기애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 또 그 모든 것들을 지지하는 또 다른 신념은 무엇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금기는 아름답다

금기는 꼭 깨어야 하는 존재인가? 그냥 처음 상태 그대로, 신비로운 모습으로 두면 안되는 걸까? 이것이 우리가 더 이상 배우기를 포기하고 무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것이 금기임을, 그리고 껍데기임을 인식하는데서 멈추면 안되느냐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금기는 깨더라도 어떤 금기는 깨지 않고 남겨두면 안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모든 신비로움을 정복하고 더 이상 찾아볼 신비로움이 없는 상태로 만들지 못해 안달인 것일까?

나는 문득 여기서 현대사회를 이끄는 끝없는 경제 성장의 프레임을 떠올린다. 회사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면 주가, 즉 그 회사의 미래 가치는 떨어진다. 단지 지금의 수익을 유지하는 것 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이미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그래서 회사는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대기업들은 모든 분야 곳곳으로 뻗어나간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은 무한한 배움과 성장에 대한 예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끝없는 배움만 있다면 누구나 청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끝없이, 그래서 죽음이 내일이라도 끝없이 성장하는 것만이 옳은 것인가? 우리가 말하는 그 성장이란 것들은 가령,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고,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드는 것을 극복하는 것들일텐데, 과연 그것이 긍정적인 것만을 우리에게 주는 것인지 나는 의문이 든다.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았을때 그 동안 꽤나 신념과 금기들을 깨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순간 내가 느끼게 된 것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었다. 나는 내가 안다고 생각한 것들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말할 수 없었다. 금기는 끝없이 깨어져 나갔지만 결국 그 끝에는 인생에 대한 허무감만 있었을 뿐이다.

최근에 ‘내 사랑’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손에 꼽을만한 많은 대사들이 있었겠지만 내게 유일하게 남은 대사는 ‘You need me’ 였다. 무엇이 나를 저사람이 아니면 안되게 하는 걸까. 그 제약조건을 깨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많은 금기들을 주입받는다. 이건 해도 되고 저건 하면 나빠. 어느 때에 이르면 그 금기들을 스스로 깨는 시점이 오는데, 그것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속하도록 장려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는 나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싶다. 그 금기를 사회가 부여했으니 깨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 금기는 아름다우므로 지키고 싶다고 말이다. 물론 내가 집착하는 금기가 혹은 신념이 단지 어떤 관념일 뿐임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머리로 이해했다고 그 관념을 깨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나는 이것이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착이다.

30 Days of Happiness

2017. 2. 18 ~ 2017. 3. 18

 

뒤늦게 올리는 30일간의 기록.
회사를 그만두고 떠돌던 저때를 그리워야 할까 말까

 

시초

오컬 벽에 붙어있던 네권의 실제본 편집본이었다. 하얀 벽위에 올려진 투박한 갈색의 표지는 우둘투둘 손글씨로 세번째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책을 꿰메는 실처럼 오밀조밀하고 한땀한땀 쓰여진 글귀들이 풋풋하고 여린 감성들을 훔쳐내고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그래’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내 이야기를 함께 얹고 싶은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세상은 대체로 논리를 요구하지만 사람은 논리와 감성을 가지고 있다. 갈곳 없는 감성들은 책장위에 수북히 올려지거나 아무도 모르는 개인적인공간에 그러나 의지만 있으면 찾을 수 있는 곳에 한 자, 한 자 보관되어진다.

나는 인본주의를 넘어선 세상이 오기를 꿈꾸지만 우리가 태어난 이상 살아 가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필요들이 충족되어지는 세상이 먼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거기에 문학의 역할이 있다. 요새는 보고 듣고 심지어 만질 수 까지 있는 멀티미디어 세상이지만 읽고 쓰는 형태의 문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글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고 자신이 쓰는 글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의 괴리를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준다. 이것은 글을 계속 쓰게 만들거나 그만 두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빨간 약을 삼킨 이래로, 그리고 당신이 청춘을 계속 찬양하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글들이 쌓이고 쌓이면 무엇이 되는 걸까?

나는 비유적 표현으로서 한 권의 책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방식으로 인해 나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글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그 글을 쓰기로 목표했기 때문에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글과 내가 마주하는 삶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행동으로 옳겼기 때문에 자연히 탄생하는 결과물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 아마도 나의 고통을 덜어주진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읽는 것은 거기에 나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세상의 한 가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전 지구적이 되기를, 그래서 나의 필요가 개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거기에 닿는 한가지 길은 글이 도와줄 것이다.

안드로이드 epub 리더 앱 개발

작년에 썼던 글들을 한데 모아 epub포맷으로 전자책을 만들었다. 딱히 공개할만한 퀄리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작년 초에 세웠던 계획이 어떻게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전자책을 안드로이드 공부삼아 개발한 eBook리더 앱에 Embed하여 앱스토어에 공개하였다.

현재 두 개의 앱을 배포했다. 하나는 내가 작년에 쓴 글 모음이고, 하나는 다른 프로젝트 그룹에서 함께 작성한 릴레이 소설이다.

eBook리더 앱의 소스는 Github에 공개되어 있다. Embed된 전자책을 교체하고 프로젝트 패키지이름만 바꾸면 따로 스토어에 출시할 수 있다.

1주일 정도 집중해서 만들었는데 기능이랄 것은 별로 없고 기본에만 충실했다. ePub포맷이 단순히 html파일을 내장한 형태라 쉽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신경쓸 것이 많다. Readium SDK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단시간에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다.

요새 글쓰기가 열풍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는 관련 주제로 KBS에서 취재차 다녀갔다. 내가 글을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많이 두어서인지 정말로 열풍인 것인지 나는 모르겠으나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 내가 무언가 기여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