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얼버무렸다. 홀로 취해 얼음 바람에 맞서 우뚝 서본다. 가슴에 응어리 찬 무엇을 뱉어보려 신음하는데, 사실은 행복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의 불안은 행복과 닿아있었던가. 나는 평생 고독을 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마음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이칠 때면, 무언가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 때론 그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바다 위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잠시 따뜻하다가, 잠시 소란스럽고, 다소 지나친 뜨거움이 지나고 나자 세상은 다시 홀로인듯 하다. 지난 소란들은 잠시 입었다 벗는 계절의 외투였나. 겨울은 벌거 벗는 계절이다.
겨울이 나의 기원인건, 내가 겨울에서 왔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문득 지난 겨울의 뜨거웠던 기억이 아득하다. 나는 지난 따뜻한 계절들 사이에서 얼마나 희석되었나.
어쩌면 사람은 나이들며 배워 가는게 아니라 희석되어 가는 것이다. 털이불은 털을 날리고, 꽃잎은 흐트러지고, 우리 관계들은 닳아져서, 결국 모든건 먼지로 수렴한다. 그게 요즘 서울에 먼지가 가득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