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억

눈을 뜨자 마자 노트를 적기 시작한지 419일째. 모닝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아침 일기가 되기도 하고 꿈노트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꿈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가까운 사람을 안락사시키거나 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하는 다소 극적인 장면들이 많아 나름 적는 재미가 있었다. 내 무의식 속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요즘엔 단순히 현실에서 내가 집중하는 일들이 꿈에 나타난다. 코딩을 한다거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다거나 회사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은 이마저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정신이 들자 마자 서둘러 손을 머리 위로 뻗어 불을 켜고, 눈은 뜨다 만채 노트를 더듬더듬 펼쳐낸다. 좀 전의 상황을 기억해 보려 애쓰지만 그러는 사이 기억은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분명히 안다. 내가 꿈을 꾸었음을. 기억에 존재하지 않아도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는 잔상은 분명하게 남아있다.

억지로 끌어내려는 내 꿈의 기억은, 애써 삶의 방향을 찾아내려는 내 부단함과 닮아있다. 확고한 꿈이 없으면 어딘가 불안하고 잘못 사는 것만 같은 느낌 속에서, 나는 선명한 삶의 목표를 갖는 대신 눈앞의 호기심들을 따라가는 삶을 살기로 선택한다. 그 호기심의 대상들은 내게 점차 경험으로 축적되어지다가 결국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들로 연쇄되어 나타날 것이고, 그 끝에 내가 쫓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아주 어릴적 언젠가 한 번 꾸었던 꿈을 성인이되어 더듬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꿈은 먼저 존재하였고 나는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잔상을 따라 더듬는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