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을 위해 지난주까지 제주에서 12일간 머물렀다. 아침이면 이 카페 저 카페 찾아다니다 저녁이 오면 숙소에 딸린 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코딩이 어울린다. 바람이 세게불던 어느 밤, 헤드폰을 쓰고 해안가를 걷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수 없이 반짝이는 별과 더욱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날 밤이 내게는 제주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는 왜 가슴에 울컥이는 감정을 사랑할까. 그 감정은 일종의 외로움이다. 낮선 곳으로 떨어져 나왔음에 외롭고, 내가 좋아하는 작업에 무척이나 몰두하고 있는 내 모습에 외롭다.
외로움은 사실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다. 자신이 타인과 그리고 이 세계와 독립적이라는 인식.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자만심과 뿌리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다른 형태로 표출 될 뿐이다. 나는 때로는 외로움으로 때로는 자만심의 형태로 표출되는 그 감정을 사랑한다. 그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이따금 시간의 속박 속에서 불안함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다시 그 일에 집중하고 있다보면 시간은 점프하고, 영화 컨택트에서 말하는 것처럼 더이상 시작과 끝이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