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하퍼 리

1.
우리는 각자의 파수꾼을 가진다. 그 파수꾼이 개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하지만 이런 파수꾼은 때로는 도피처로 전락한다.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각자가 각자의 신념과 양심의 기준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지만 자신만의 기준을 갖는 다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 중 한가지는 그런 질문과 사색의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2.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이 거기에 이르면 대체 세상엔 뭐가 남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모든 신념은 사실 단지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다.

3.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책에서 한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짜여진 각본이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다루는 아름답고 이상적인 동화같은 이야기를 작가는 파수꾼에서 깨부순다. 앵무새 죽이기가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이라면 파수꾼은 어른을 위한 소설이다.

4.
2017년의 첫 독서. 앵무새 죽이기를 술술 읽어 치우고는 너무 재밌어서 파수꾼까지 읽어버렸다. 두꺼운 책이 결코 두껍게 다가오지 않는다. 쉽게 읽히면서 무거운 주제를 가진 하퍼 리의 책이 좋다. 그의 작품이 이 두권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진 루이즈가 통찰력을 지녔더라면,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도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세계의 장벽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더라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물론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 시각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색맹이라는 것을. – 174

나는 네가 강박 관념 때문에 우쭐대면서 저지르는 그 성가신 잘못 좀 그만했으면 해. 네가 계속 그러면 우리는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될 거야, 그러니 그건 좀 멀리하자. 진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 376

그런데 진 루이즈, 이 아가씨야,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 너는 정서적으로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어떻게 보면 이것은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를 설명할 것 같다)- 376

이로써 이 세상에 정의란 없다는 것을 알겠지. 내가 간혹 담배를 피워, 이즘에. 내가 노년에 용인하는 유일한 것이지. 가끔 나도 모르게 불안할 때가 있거든. 담배를 피우면 손이 심심치 않지 – 383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성을 두려워하지. 자기들이 냉철한 이성에 패배할 것을 알기 때문이야. 편견, 금기어, 신앙심, 즉 순수한 신앙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 모두가 이성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점이야 –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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