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 존 윌리엄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스토너는 대화가 본질을 벗어난다고 느낄때면 이말을 어김없이 뱉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의 딸 그레이스도 같은 말을 내 뱉고 있다. 스토너는 자신의 평생을 걸쳐 본질에 집중하고 있었던것 같다. 늘 지엽적인 것들에 휩쓸리기 보다는 한발짝 떨어져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은 그에게 삶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그의 친구 매스터스의 말처럼, 그리고 스토너의 말처럼 대학은 세상으로 부터의 피난처였고, 그러한 세상이 의미 하는 것은 늘 본질에서 벗어나서 유행과 관습에 휩쓸린 곳이었다.

작가는 책의 문체를 통해서도 그가 드러내고 싶은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글이 대체로 감정에 격하게 휩쓸려 쓰이기 보다는 늘 아무 느낌 없는듯이, 감정의 단어들은 분명 있지만 그 단어들은 그냥 단어일 뿐이라는 듯이, 마치 스토너 그의 인생을 문체를 통해 그대로 드러내려는 듯이 단조로운 느낌으로 쓰여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책이 전체를 걸쳐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보게된다. 대체 무엇이 중요하느냐고. 과연 스토너가 그런 인내의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끝끝내 이디스를 참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는 그녀를 처음 봤던 젊은 날의 모습을 회상한다. 그 순간 그가 느꼈을 감정은 분명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와 같은 감정이다. 나는 그 기억이야 말로 그가 살아낸 모든 삶에 순간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고생을 견디면 견딜 수록 그 순간은 더욱 그에게 값어치 있는 것이었다. 그가 만약 순간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여러 사람을 바꿔가며 지내게 되었다면 그와같은 감정일 수 있었을까?

어떤 이는 그를 성공한 사람으로, 어떤이는 그를 실패한 사람으로 보겠으나, 나는 성공한 사람으로 보고 싶다. 물론 그레이스가 그렇게 되어버린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자신의 열정을 발휘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다만 그것들이 소용없다고 느껴지는 어떠한 선에 마주하면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좋다고 멀찍이 바라볼 뿐이다. 다 부질없는 짓이므로.

나도 스토너와 닮아있다. 내가 일에 대해 가진 열정이 닮아 있고, 다소간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이 닮아 있고, 나 역시 스토너에게 대학이 그랬던 것 처럼 나를 보호해줄 피난처에 숨어 있다는 점이 닮아 있다. 사실은 우리 대부분이 비슷한 것은 아닐까. 다만, 대다수가 자신은 스토너가 아닌척, 오늘도 세상속에서 그 무리에 어울려 숨죽여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당신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

스토너는 마지막 순간 자신에게 되묻는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나. 그 질문이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바라고 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고, 당신이 기대하는 것을 바라고, 그것에 열정을 발휘하며 살면 된다고, 스토너는 그의 단조로우면서도 열정적이었던 삶을 통해 덤덤히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