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바이크를 구매하게 되었다. 평소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던 내가 현대 문명의 이기를 구매함에 있어 아무런 생각의 정리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쓴다. 말하자면 핑계라도 대어보자는 것이다.
우선 내가 바이크에 처음 빠졌던건 몇 년 전 제주도에서였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속에서 50cc 스쿠터를 렌트하여 달리는 경험은 매우 새로운 충격이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느라 지쳐 정작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던 경험과는 분명 달랐다.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에 흠뻑 취하며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던건 스쿠터의 힘이 컸다. 여행에서 돌아와 바이크 구매를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결국은 포기했다. 아마도 바이크에 대한 막연한 위험 부담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지인의 말 한마디에 그때 제주에서의 자유로운 기분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월든을 읽으면서 내 주변 자연탐험에 대한 욕구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었다. 헌데 자전거도 없고 차도 없는 내가 어딘가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는 건 정말 그냥 막막했다.
3달이 넘게 고민을 거듭거듭했다. 마침 또 읽게된 어떤 책에서는 비슷하게 환경보호를 주창하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저자의 글귀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그는 결국 차를 팔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결국 이렇게 나를 설득했다. 우리가 모든 문명의 이기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 포기하고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은 너무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다른 것들을 대하는 태도들과도 차별적이다. 가령 도적적으로 훌륭하게 사는게 좋다는 건 모두가 알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테두리 안에서 선을 지키기 마련이다. 환경에 대한 태도도 비슷한 마음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일반적으로 옳다는 것에 공감해야 한다. 또 목소리로서 그리고 행동으로서 보여주는 사람들에 대해 인정하고 그런것을 더욱 권장해야 한다. 그들이 비록 모든 면에서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들의 불완전함을 두고 그들을 비난하고 스스로는 그렇게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면죄부 삼는 것은 이제 그만 두자.
그래도 역시 나는 핑계를 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나마 자동차보다 연비가 좋은 바이크라 다행이고 바이크중에서도 연비가 좋은 편에 속하는 놈을 골라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바이크를 타고 숲속을 열심히 누비면서 자연을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겠다고, 그래서 그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 결과적으로 더 발전된 행동을 이끌어 내게 되길 기대한다고, 그리고 그 행동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수 있게 바란다고, 지금의 나에게 핑계를 대고 싶다.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야 말로 내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인지 모르겠다. 무엇인가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은 종종 어떤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