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다. 속이 더부룩한 것을 보니 어젯밤에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오늘 아침은 굶어야지 한다.
출근시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지하철역 통로를 따라 빠르게 흐른다. 저만치 앞, 물길 한 가운데 버티고 앉아있는 이를 발견한다. 어딘가 불편한듯 보이는 그는 철제의자에 앉아 텅빈 반찬통을 앞으로 내보이고 있다. 순간 지갑에 있는 잔돈을 떠올리지만 물살에 쓸려가는 나의 몸은 마음과 분리되어 있다. 그는 범람한 강물위에 홀로 버티는 나무였고 물살은 그를 가운데로 갈라진다. 그때 나의 손을 잡아 줄 네가 곁에 있다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지하철역에서 나온다. 매일 아침 지나치던 김밥파는 아주머니가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신다. 저분은 김밥을 팔고 나면 또 어디를 가실까 궁금해진다. 발걸음을 돌려 김밥을 하나 산다. 우엉김밥이란다.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