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을 하는건 불가능하다. 오늘 내 한심함의 끝을 또 만났다.
멀리 진도에서 외할머니께서 생신 겸 제사겸 해서 인천 큰 외삼촌댁에 올라오셨다. 사실 우리집은 친적간 교류가 매우 드물다. 이것도 정말 몇 년만에 친척 어르신들을 뵙는 것이었기에 평일 저녁이니 그냥 집에 있으라는 엄마의 만류를 마다하고 찾아갔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 친척분들께 인사를 하고 케잌을 자르고 밥을 먹고 나자 어느새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그때 아빠가 외할머니 용돈을 드리라며 눈치를 주신다. 어라?… 아차…..
내 온몸을 휘감는 민망함과 어색함에 그냥 그자리에서 증발하고 싶었다. 나는 집에나 있을 것을 괜히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까. 더구나 엄마는 내가 용돈을 할머니께 크게 드릴것이란 언질까지 미리 두셨던가 보다. 주체할 수 없는 민망함과 죄송함에 나는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성급히 자리를 빠져나온다.
집에 와서 서운했을 엄마에게 전화로 사과를 하며 생각한다. 아… 마지막에 할머니께 포옹이라도 한 번 해드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