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저를 절망케 하소서!
당신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
절망케 하소서.
방황의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이 저를 핥게 하시고,
모든 치욕을 당하게 하소서.
저 자신을 가누는 것을 돕지 마시고
제가 뻗어 나가는 것을 돕자 마소서!
하지만 저의 온 자아가 이지러질 때,
그때 저에게 가르쳐주소서.
당신께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께서 그 불꽃과 고뇌를 보내셨다는 것을,
저는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겠습니다.
오직 당신 안에서만 온전히 죽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