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다.
8월 중순에 미국가서 한 동안 지낼 예정인데, 그 준비로 요즘 영어공부에 매진 중이다.
어느새 한국을 떠날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내 영어실력은 늘은듯 안늘은 듯,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다. (가령 쓸데없는 스터디 그룹에 엮여 시간낭비를 했다던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월스트리트 잉글리쉬(구,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내게 꽤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는것 같다. 사실 바쁜 직장인에게는 크게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나처럼 시간여유가 많은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지 싶다.
이곳 강남센터에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낮에는 그렇고 저녁이 되면 직장인들이 몰려든다. 또한 나는 방학시즌이었으므로 다른 시기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그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나이차이가 극복되는게 가장 신기하다. 30대 초반의 내가 10년의 나이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이 가까이 지낸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오직 영어로만 대화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외에도 센터 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한다. 이게 재밌는게 종종 친해진 사람들과 지나다 마주치면 그곳에서 한참 영어로 수다를 떨곤 한다. 더구나 이곳 친구들과는 개인적으로 카톡을 할 때에도 영어로 주고 받는다. 왜냐하면 처음 만나서 부터 영어로 대화했기에 갑자기 한국말 쓰면 어색해서 그렇다. 심지어 내 경우엔 이곳에서 친해진 일본인 친구(나보다 7살 어리다)와 종종 밥도 먹고 술자리도 하는데 당연히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 영어로 대화한다. 공공장소에서 영어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내 모습은 정말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물론 누가 봐도 내가 영어를 잘하는건 절대 아닌데 대화에 집중하다보면 왠지 주변 눈치가 안보인다)
영어로 대화를 하면 나이따위는 잊게 된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도 거리감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절대 내 성격이 적극적이거나 그런게 아니라 영어가 그렇게 만든다. 대화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점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 겠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영어가 내게 주는 큰 매력이다.
아무튼 이렇듯 한국 땅 안에서 영어를 쓰는게 일상생활이 되는거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어우러지는 수업도 즐겁다. 대학을 졸업한지 어언 7년이 된 내게는 마치 대학생활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도 있다.
다만 이렇게 즐겁다보니 잘못하면 공부가 아니라 노는데로 빠지기도 쉽다. 내 경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수업이 없는시간은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곤 하는데, 이건 구성원들끼리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학습인 만큼 개개인의 학습의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멤버를 잘못 만나면 시간낭비하고 노는 스터디가 될 수도 있다.
이곳의 기본 커리큘럼인 멀티미디어 학습이나 교재 학습의 경우엔 처음엔 지루하고 의미가 없다고 느꼈는데, 책 한 권을 끝내고 다음 레벨로 이동했더니 그제야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연히 내 발음을 확인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학습도 좋지만 내 경우엔 교재에서 접하는 표현들이 꽤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처음엔 몰랐던 건 내 레벨에 맞지 않는 쉬운 책이어서였지 싶다. 결국 레벨을 수준에 잘 맞추는게 중요한것 같다.
이곳의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그래도 장기계약을 하면 할인이 많이 되서 이곳 학생들 대부분은 6개월 이상의 장기계약인거 같다. 내 경우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2개월 가량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선택한거라 거의 할인 없이 비싼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후회가 안남게 잘 써먹은것 같다. 어차피 다른 선택도 내겐 없었다.
나의 하루 스케줄을 보면, 매일 아침 9시 쯤 센터에 와서 혼자 공부하거나 스터디그룹에 참여하고, 보통 낮 12시가 넘으면 센터 스케줄에 따라 각종 액티비티가 있는 소셜 클래스나 프리토킹 클래스들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낸다. 클래스가 없는 남는 시간은 앞서 언급한 멀티미디어나 교재 학습을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또 다른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거나 개인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저녁시간이고 저녁에도 마찬가지로 소셜클래스와 프리토킹 클래스가 열리는데 소셜 클래스는 낮에 한 것과 똑같은 컨텐츠이므로 보통 건너뛰고 프리토킹이나 Topical Discussion, For Today (프리토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등을 참여한다. 그러면 어느새 밤 10시가 되어 센터 문닫는 시간에야 집으로 향한다.
공부하다 보면 하루 시간이 참 모자르다. 사실 프리토킹이나 소셜클래스는 지루한줄 모르고 시간이 금방 가는 편이고 나머지 시간도 스터디 그룹이나 멀티미디어 등을 하고나면 은근히 개인 공부시간이 별로 안남는다. 틈틈히 시간활용을 잘 해야 한다.
이렇듯 나는 이곳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기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게 활용하고 있다. 이곳은 자신이 써먹으면 써먹을 수록 돈 값 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래서 바쁜 직장인에게는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내게 이곳에서의 큰 즐거움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영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나이와 직업의 장벽이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한게 큰 즐거움 이었고 그와 동시에 영어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만은 아니다. Meetup 이라던가 수 많은 종류의 영어카페들이 이미 있고, 지난 3년간 내가 영어실력을 키워 온 곳도 그곳들이었다. 정작 이곳 학생들은 그런 곳들을 몰라서 여기를 선택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기 월스트리트잉글리쉬는 비싼 돈을 지불하는 만큼 나름 좀 더 체계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그러한 장소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선택하면 어느곳이든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