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촛불 하나

며칠전 교대역에 나타난 한 외국인이 한국어로 god의 촛불하나를 불러서 화제가 되었다. 관련 글 보기

자세히 알아보니 세계 곳곳을 떠돌면서 저렇게 길거리 공연을 하고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시 다른 나라로 떠도는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작곡도 하는 것으로 보아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거 같긴 하지만 그의 모습에 나로썬 동경이 많이 간다.

근래에 방랑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하고 있다. 지금 읽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책도 방랑자의 내용이고 오늘 보았던 뮤지컬 모짜르트의 주인공도 방랑을 즐기던 이였다. 그리고 오늘 마주한 이 외국인을 보며 방랑에 대한 갈망이 더 깊어진다. 오늘날 이런 현대에도 저런 방락객이 있다는게 사뭇 새롭게 다가온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쉬운데 말이다.

사실 방랑자에 대한 동경은 많은 사람들이 갖는 감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며 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조금은 다채로운 삶의 경험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씩 숨기고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에, 때로는 자신이 찾은 다른 사명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날 수는 없지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듯한 저 방랑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해소되지 못한 욕구를 분출하며 환호한다.

방랑자들은 방랑자로 살 수밖에 없는 기질들을 가지고 있다. 지루한것은 못 견뎌하고, 사람들 사이에 쉽게 동화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특질들 말이다. 그런 기질 없이는 거친 방랑생활을 감당하기 쉬울리가 없다. 헌데 나에겐 저런 기질이 없다 싶으니 여기서 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고 만다.

분명 모든이에게 주어진 삶의 모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방랑자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런데 저런 방랑자의 기질들, 흔히 예술가들에서 많이 띄는 저 모습에 나는 종종 취한다. 예술가가 되기엔 딱히 그런 재능도 없는데 저런 삶에 대한 갈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 사람을 다양한 기질들의 조합이라 한다면,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기질 하나가 툭 하고 엉켜버린 것일까.

요즘 만큼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본 적도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모습들을 타진해보고 있다. 그 가능성 중 일부는 도저히 아까워서 손에서 놓기 힘든 가능성도 있고, 그 가능성 중 일부는 도저히 닿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 과욕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으로, 어떤 기준으로 어떤 것은 과욕이고 어떤 것은 정당한 것인지 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지극히 사양하는 개념 중 하나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다. 지극히 계산하기 좋아하는 사람 머리에서 나온 개념임에 틀림 없다. 기회비용을 계산하는데는 단 하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모든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이 고려가 되어야 정확한 기회비용이 계산이 가능한데 애초에 인생에 이것을 적용한다는 발상이 명백한 허술한 추상화의 오류이다.

결국 나는 내 호기심이 쫓는 대로 따르기로 한다. 흔한 클리셰 하나를 가져다 붙이자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세요” 정도 일까. Tinkering Driven Life 라는 블로그명도 여기에 기초한다. 헌데 그런 결심과 현실의 괴리는 어찌나 큰지, 거기에서 따르는 두려움은 얼마나 나를 짖누르는지, 결국은 이미 걸어온 고민의 길들을, 정말 이 길이 맞느냐며 수 없이 되묻고 만다.

인생은 나그네길. 끝없는 길에 대한 고민들 덕에 평생을 한 나라 안에 갖혀 살아도 이미 태어난 순간 방랑의 길로 내 몰려 있는 샘이다. 여기가 내 길인가 들어서 보고, 또 저기가 내 길인가도 들어서보고, 방랑이 방구석에서 이뤄지던 방방곡곡을 들쑤시며 이뤄지던, 어떻게든 자신을 살아보겠다며 기를 쓰고 노력하면, 그게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 아닐까. 결국 방랑이라는 기질은 생의 시작과 함께 모두들 지니고 태어나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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