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떤 책을 최고로 꼽는 데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꼽는 최고의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 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말하려는건 아니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훌륭한 책으로 읽힐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반응들이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더 의미있는 책이고 그래서 더 최고로 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계기들을 마련해 주었다. 20대 후반 인생의 목표를 잃고 내가 방황하던 때에 독서를 취미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그 독서들을 통해 줄줄이 읽는 책들마다 내 삶을 바꿔 놓았다. 그러한 시발점은 이 책 브리다 였다. 책을 처음 읽을 당시 내게 감명을 주었던 점들은, 이 책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성경의 잠언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추상적일 수 도 있는 인생의 교훈들이지만 그 구절이 필요했던 당사자에게는 수렁에서 건져 올리는 한마디 한마디들이었다. 따라서 이 책이 맘에 들지 않고 그 구절들이 와닿지 않는 사람들은 단지 때와 상황이 맞지 않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불과 얼마전 새로운 모험을 하나 하기로 했다. 참 별거 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당장 눈앞의 잘 닦인 길을 벗어나 다소 수풀을 헤쳐야 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인생 가치관, 재정적인 상황 모두를 고려해 보았을때 나는 이 길을 걷는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살짝 옆으로 벗어난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나의 결정을 수 없이 되돌아 보게 만든다.
오늘 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브리다에서의 한 구절이 머리에 스쳤고 고민에 빠져있던 내게 또 다시 힘을 불어 넣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마음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절대적으로 확신 하고 있었다면 그분의 사명은 의미가 없었겠지. 그런 존재는 전적인 인간이 아니었을 테니까. 인간이라는 건,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존재인 거야. (예수에 관해) –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이러한 예가 나왔다고 해서 이 책이 기독교에 관련된 책은 아니다)
나는 교회를 오래 다녔었고 더 이상은 크리스찬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고 예수님을 존경한다. 책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으신 그 길이 의심으로 찬 길이었다고 말한다. 외부로는 확신에 차 계시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마음을 다지면서 걸으신 길이라고 말한다. 물론 성경 어디에도 이렇게 씌였다고 본적은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분명 그러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고, 또 그랬어야만 그 분의 사명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만약 모든것이 너무 분명하고, 그래서 의심할것 조차 하나도 없는 길이라면, 누가 걷지 못하겠는가? 누군가 걷는 길이 의미가 있고 존경받을 때는 그가 여러 유혹을 이겨내고 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내게 주어진 이 연쇄적인 의심의 끈들은 모두, 다시 한 번 결심을 굳히고 나가야 할 발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럴수록 내가 걷는 길에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런 의심의 필요성 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브리다는 나를 수렁에서 한 번 더 건져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