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리 케이건의”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드는 생각들을 남겨본다.
묻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죽음이 두려운지. 그리고 그런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자주 떠올리는지.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것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마 초등학교 2학년때 쯤이었을 거다. 문득 어느날 새해를 맞이하며 어느새 흘러버린 지난 일년이 아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일년, 또 일년이 흘러서 어른이 되고 나면 금방 또 나이가 들고 할아버지가 되겠지. 그러고 나면, 나는 정말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사실 난 어릴적부터 교회를 오래 다녔음에도 사후세계를 완전히 신뢰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만약 천국이 없으면? 그럼 정말 깜깜한 어둠일까? 그 어둠은 어떤 느낌일까?”
어린 나이에도 벌써 내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해할 수 없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친구들을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건 불확실한 세계에 던져진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그랬다. 나는 소위 말하는 겁쟁이였다. 작은일 하나에 쉽게 두려워 하고 소심한 성격에 이것 저것 따져보고 생각만 많은 겁쟁이. 죽음이 내게 유별났던게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쉽게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 조차도 존재의 이유는 있었다. 그런 두려움들이 때가 되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것,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제한되어 있다는 두려움이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내 삶의 동기는 확언하건데 죽음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나보다도 잘 이해한 사람 중 하나가 스티브 잡스였던거 같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떠올리는 건, 내 삶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이나 실패의 두려움, 그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만 남게 됩니다. 언젠가 죽을 것임을 생각하는 건, 당신이 무언가 잃을 것이 있다는 착각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마음이 가는대로 따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 Steve Jobs, 2005.
문장에서 “여러분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건 죽는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철학자 스피노자의 필연성을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죽음에 관해 사람이 취하는 입장을 세가지로 이야기한다. 부정, 인정, 무시.
부정에 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인정하지 않으니 논리적으로 싸울 수가 없는 거다. 보통은 죽음을 인정하지만 애써 무시한채 살아간다. 물론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상기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지만 그 순간에 행동으로 무언가를 실천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그 순간을 넘기기만 바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머릿속에서 지운채로 살아가던가. 혹시 죽음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의식적으로 잊고 있는 것인가? 물론 두려움 때문에 죽음을 무시하는 태도는 이해가 가지만,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책에선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삶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죽음을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 얼마나 인정하고 그것을 자주 상기하는가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사실을 매우 자주 상기했던 것 같다.
“만일 당신이 매일을 삶의 마지막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은 대부분 옳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나는 그 말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이후 33년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가 해야 할일을 나는 하고 싶은가?” 그리고 여러날 동안 그 답이 ‘아니오’라면, 나는 무언가 바꿔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 Steve Jobs, 2005.
나는 죽음 앞에 겁쟁이였지만 다행히 외면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내게 주어진 이 순간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고, 항상 현재의 쾌락만을 쫓는게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순간이 되기를 소망 할 수 있다. 내가 법을 준수하고 착한 사람처럼 사는 것은 도덕이나 양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러는 편이 내 인생의 아까운 순간들을 소중하게 쓰는 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감히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로또 일등 같은 일확천금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내 앞에 정말 그런 거금이 있다면 눈이 돌아가지 않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늘 생각하는 건, 내 소중한 삶의 시간들이 더 의미있게 쓰여지기를 바란다. 그런 거금은 나의 그런 의지를 꺾으려는 도전일 뿐이다.
나에게 꼭 맞는 주제의 책을 만난것 같다. 누구도 나에게 이토록 죽음에 관해 솔직하고 자세히 이야기 해 준적은 없었다. 그저 내게 추상적으로만 머물러 있던 단편적인 생각들을 아주 천재적인 철학자가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지지해준다.
혹시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기바란다. 그게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바랬던점이다.
정말로 중요한건 이것이다.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 – 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케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