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아크라 문서. 내게는 그의 10번째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여럿 읽다보니 그가 전하는 같은 메세지들을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가 어떠한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구나 하는 것도 조금은 알게 된다.
그가 영향 받은 작가중 한명은 20세기 초의 작가 칼릴 지브란이다.
코엘료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지브란의 글을 인용한 적이 있고,
그 글귀 덕에 나도 지브란을 알고 단숨에 칼릴 지브란에게 빠지는 계기가 됐었다.
그리고
이번에 코엘료의 신작 아크라 문서를 채 몇장 읽자 마자 단번에 알수 있었다.
아.. 이건 칼릴 지브란의 저서 ‘예언자’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왔구나.
지브란의 예언자는 내게 꽤 충격과도 같은 책이었다.
그가 페이지마다 늘어 놓는 인생의 지혜들을 얼마나 곱씹으며 읽었는지 모른다.
내 삶의 중요한 순간에 추억으로 남은 책이기도 하다.
그가 코엘료처럼 다작을 했더라면 몽땅 다 모았을 거다.
아마도, 아니 분명히 코엘료에게도 크게 영향 주었을 지브란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오다니
내게는 참 반갑기도 했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한 가지 재밌는건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조차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빌려온 형식이라는 것이다.
중간에 또 어떤 작가가 계보를 이은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초 니체로 부터 이러한 형식이 전해져 온다는게 재밌다.
여기서 그 ‘형식’ 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느 마을에 위대한 성자가 한 명 나타난다.
그리고 한 동안 마을사람들과 함께 지내지만, 마침내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삶의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성자가 한 개씩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다.
칼릴 지브란의 책에서는 이 질문이
사랑, 결혼, 베품, 쾌락, 기쁨과 슬픔 등과 같은 인생의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추상적인 답변을 다룬다.
그리고 그러한 답변들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통찰력위에 그만의 시적인 표현이 더해져 한 문장 한 문장이 값지다.
아크라 문서에서는 이 방식이 좀 더 가볍게 접근이 된거 같다.
사랑과 섹스, 방황과 고독, 성공, 미의 기준등
질문들이 예언자에 비해 더 구체적이고 현대의 우리 삶에서 흔히들 마주하는 질문들이다.
좀 더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려는 저자의 의도로 보였다.
그러한 질문들에 한 성인의 말을 빌려 코엘료가 그동안 작품들을 통해 드러냈던 그의 가치관들을 모두 드러낸다.
다만 문제는, 내겐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이미 들어보았던 같은 메세지의 반복이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의 문장들이 아쉬웠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래 그러한지 알 수는 없지만
에언자에서 보았던 한 문장 한 문장 느껴지는 예술적인 감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러한 책의 형식에는 어떤 흐름을 이어가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없다보니
각 주제들에서 던지는 메세지들이 더 강렬하게 와 닿거나, 시적인 표현으로 잘 포장하는게 중요했는데
그런 부분이 다소 부족하고 그저 상투적으로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는게 아쉽다.
물론 건진 문장이 없는건 아니지만,
과거 그의 작품에서 그 통찰력에 감탄하며 흥분하여 보던 그 맛은 느낄 수 없다는게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이기에
아니 그가 내게 전해준 지혜들을 다시 상기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의미가 있고 또 다음 작품을 기대 할 수 있는거 아닐까